속초 크로프트 커피 로스터스 방문기
겨울 바다를 보고 난 후, 몸을 녹일 겸 카페를 찾았다.
사전에 많은 정보를 알고 간 건 아니었지만
'크로프트 커피 로스터스 속초점',
그 이름이 어쩐지 낯설지 않았다.
큰 도로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었는데
신기하게도 발걸음을 멈추는 순간
주변이 뚝, 고요해진 느낌이 들었다.
실제로는 바람도 불고 차들도 다니는 거리인데
그 순간만큼은
시간이 한 템포 늦춰지는 듯했다.
입구는 오래된 방앗간을 개조한 듯한 외관이었고
가게 전체가 어떤 ‘빈티지한 고집’을 담고 있었다.
이 공간이 선택한 색과 재료,
그리고 향까지 —
모두 의도된 것처럼 느껴졌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따뜻한 공기와 함께 고소한 커피향이 감싸왔다.
실내는 크지 않았지만, 꽤 아늑했다.
따뜻한 조명 아래,
우드톤 가구와 약간의 거친 마감이 주는 질감은
자연스럽게 나를 느슨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오래 머무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공간은 분명 아늑했지만,
편히 몸을 묻고 장시간 책을 읽거나
수다를 떨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딱 잠시 머물다 가는 데에 최적화된 장소 —
그런 인상이었다.
우리는 라떼 한 잔, 플랫화이트,
그리고 이곳의 시그니처인 크로프트브라운을 주문했다.
커피는 예상보다 진하고 또렷했다.
한 모금 머금었을 때의 첫 느낌이 ‘세련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특히 크로프트브라운은 고소함과 쌉쌀함 사이의 균형이 좋아
개성 있는 첫 인상을 남겼다.
라떼와 플랫화이트도 군더더기 없이 깔끔했다.
전반적으로 *‘도시적인 커피 맛’*이라는 표현이 딱이었다.
주문을 받던 사장님은
불친절하진 않았지만 무뚝뚝한 인상이었다.
처음엔 그 표정과 말투가 조금 차갑게 느껴졌지만,
중간에 마침 동네 분으로 보이는 손님이 들어왔을 때,
그분을 향해 지은 미소를 보고 나서야
조금 다른 온도가 느껴졌다.
그 거리감조차 이 공간의 일부라는 생각이 들었다.
짧은 방문이었지만
조용히 머물다 나오는 데에
충분한 의미가 있었던 장소.
크로프트 커피 속초점은
그 날의 추위를 잠시 잊게 해준
간결한 따뜻함으로 기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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