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 슬지제빵소, 염전의 향기와 함께한 잊을 수 없는 맛"

"염전 옆, 감각적인 빵집에서 찾은 온기와 맛의 조화"

– 부안 슬지제빵소 방문기

---

예상과는 달랐던 시작

부안이라는 이름은 늘 잔잔하고 느린 풍경을 떠올리게 한다. 그래서였을까, 부모님과 아내와 함께 나선 이번 여행에서도 나는 조용한 쉼을 기대하고 있었다. 특히 염전 근처에 있다는 슬지제빵소는 지도상으로 봐도 외진 곳에 위치해 있었기에, ‘한적한 곳에서 조용히 커피 한 잔 하고, 빵 한 조각 나누겠구나’ 싶은 예감이 들었다.

그런데 막상 도착한 그곳은 그런 예상을 완전히 뒤엎는, 생기 있고 감각적인 분위기를 품고 있었다.

---

조용함 대신 반겨준 따뜻한 활력

슬지제빵소는 염전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었지만, 고요함보다는 에너지가 먼저 느껴지는 공간이었다. 매장에 들어서자마자 정성스럽게 꾸며진 내부와 곳곳에 놓인 싱그러운 꽃들이 눈길을 끌었다. 공간 구석구석에는 세심한 손길이 닿아 있었고, 사람들의 말소리와 웃음소리가 은은하게 퍼지며 공간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었다.

‘부안의 외진 염전 옆에 있는 작은 카페’라는 설명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곳. 시골의 정취와 도시의 감성이 절묘하게 공존하고 있었고, 나는 그런 분위기에 자연스레 마음을 열게 되었다.

---

염전 너머, 그림 같은 풍경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은 매장 2층에 올라가 염전 풍경을 바라보았을 때였다. 햇살은 소금밭 위에 부드럽게 내려앉아 있었고, 하늘은 엷게 흐려지며 바람을 따라 움직였다. 그 위로 가족과 함께 찍은 사진 한 장.

조용한 듯하면서도 생동감 있는 풍경은, 그 자리에 잠시 멈춰 서게 만들 만큼 평화로웠다. 사진으로는 다 담기지 않는 감정이 있었고, 그 풍경은 나에게 오래 기억될 한 장면이 되었다.

---

오래 기억될 ‘찐’한 맛

이곳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메뉴는 단연 ‘찐빵’이었다. 외형은 소박했지만,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팥앙금은 진짜 팥으로 만들어졌다는 게 한눈에, 한입에 느껴졌다. 너무 달지 않고, 꾸덕한 식감이 그대로 살아 있었으며, 씹을수록 고소한 풍미가 입안을 감싸주었다.

빵 자체도 인상 깊었다. 충분히 발효된 듯한 탄탄한 느낌이 있었고, 어릴 적 먹던 옛날 술빵 같은 정겨운 향이 자연스럽게 풍겨 나왔다. 단순한 간식이 아니라, 정성이 들어간 한 끼처럼 느껴지는 맛이었다.

 

---

“팥빵 싫어” 하던 아내도

흥미로운 건, 평소 팥빵을 좋아하지 않던 아내마저 이 찐빵은 맛있게 잘 먹었다는 점이다. 빵 안의 팥은 텁텁하거나 느끼하지 않았고, 담백한 맛이 오히려 입맛을 당기게 했다. 어쩌면 그건 이 찐빵이 **정성과 진심이 느껴지는 ‘제대로 된 음식’**이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우리는 찐빵을 포장해 집으로 가져왔고, 냉동 보관한 뒤 다시 데워 먹었는데도 맛이 그대로 살아 있었다. 다음에 다시 방문하게 된다면, 그때는 망설이지 않고 더 넉넉히 포장해오기로 마음먹었다.

---

염전에서 맛본 짠단짠의 매력

슬지제빵소에서의 또 다른 즐거움은 ‘흑당소금라떼’였다. 염전 옆이라는 공간적 특성과 너무나 잘 어울리는 메뉴였다. 흑당의 깊고 부드러운 단맛에, 소금의 은은한 짠맛이 어우러져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무겁지 않게 단맛을 즐길 수 있어, 찐빵과 함께 마시기에 딱 좋은 음료였다.

---

감각적인 공간, 따뜻한 기억

슬지제빵소는 단순한 베이커리도, 흔한 여행지의 카페도 아니었다. 외진 곳임에도 오히려 그 외진 곳에서만 피어날 수 있는 감성과 감각이 살아 있는 공간이었다. 무엇보다 그 안에 담긴 따뜻한 온기, 그리고 가족과 함께한 순간들이 이곳을 더 특별하게 만들었다.

‘시골이라면 조용하고 단순할 것’이라는 내 고정관념은 부안의 슬지제빵소 앞에서 조용히 무너졌다. 그리고 그 자리에 남은 것은 활력 있고 감각적인,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장소에 대한 깊은 인상이었다.

---

슬지제빵소 방문 정보

• 주소: 전북 부안군 진서면 청자로 1076
• 영업시간:
  • 10:00 - 19:00 (18:50 라스트 오더)
  • 설 명절 휴무 없이 정상 영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