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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의 공감: 군산 ‘공감선유’에서 보낸 오후

카페

by 오지마내일아 2025. 4. 10.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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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의 공감: 군산 ‘공감선유’에서 보낸 오후

군산의 바닷바람은 도시보다 조금 느리게 불었다.
우리는 군산 외곽, 새만금 근교의 조용한 길을 따라
‘공감선유’라는 이름의 공간을 찾아 나섰다.
처음엔 ‘굳이 이렇게까지 찾아갈 필요가 있을까?’ 싶었지만—
돌아오는 길엔 ‘와서 참 다행이다’라는 말이 저절로 나왔다.

공간을 따라 걷는 예술의 흐름

공감선유는 자연 그대로의 지형을 따라 세워진 갤러리 카페다.
3동의 건물 속엔 카페와 갤러리, 공연장, 그리고 그 사이사이를 잇는
정원과 숲길이 조용히 펼쳐져 있다.
소나무가 길게 서 있는 정원과 붉은 홍가시가 바람에 흔들리는 숲길은
마치 공간 전체가 하나의 큰 풍경화처럼 느껴졌다.

커피와 예술, 첫 장면

처음 마주한 건물은 현대적인 느낌의 건축이었다.
넓은 창으로 햇살이 부드럽게 들어오고,
그 안에서 우리는 첫 커피를 마시며 조용히 전시를 감상했다.
부모님은 차분하게 앉아 그림을 바라보았고,
그림을 전공한 아내는 작품 앞에서 한참을 머물렀다.
그 모습들이 어쩐지 작품보다 더 아름다웠다.

초가집에서 마시는 여유

카페 건물을 나서니, 뜻밖의 초가집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 안에는 또 다른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고,
방 안에 앉아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었다.
전통의 고요함이 주는 따뜻함,
그 안에서의 시간이 유독 느리게 흘렀다.

예술의 흐름을 따라 숲을 걷다

초가집을 지나 작은 언덕을 오르자
더 큰 전시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내가 가장 좋아했던 공간이었다.
작품들도 다양했고, 공간 자체가 넓고 조용해서
오랜 시간 머물며 천천히 감상할 수 있었다.

그 너머로는 잘 가꾸어진 작은 숲이 이어졌다.
소나무와 흙길, 바스락대는 잎 사이로 바람이 스며들었다.
우리는 말을 줄이고, 그저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

창을 넘어 흐르던 장면

숲길을 내려와 마지막으로 마주한 공간은
넓은 창을 품은 전시와 카페 공간이었다.
그곳에 앉아 차 한 잔을 마셨다.
그림도 좋았지만, 창 너머로 보이던 풍경은
그 자체로 또 하나의 전시 같았다.

부드러운 빛, 멀리 보이는 들판,
정원 끝자락에서 피어오르던 봄의 공기.
그 풍경을 앞에 두고 마신 차 한 잔은,
마치 한 편의 시 같았다.

돌아보며

공감선유는 일부러 찾아가야 하는 곳이었다.
하지만 그 길 위에서 우리는 느렸다.
그림을 보고, 걷고, 차를 마시고, 말을 아꼈다.
그리고 조용히 “좋다”고, “참 좋다”고 생각했다.

그날의 풍경은 아직 마음에 남아 있다.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을 하루,
우리의 감정을 조용히 감싸안아 준 그 공간을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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