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의 여정이 끝을 향해 가던 날.
짧지 않았던 여행의 마지막 페이지를 어디에서 어떻게 덮을지 고민하던 우리 부부는
‘카페 데스틸’이라는 이름을 따라 조용히 차귀도 근처 한적한 길로 향했다.
매장 앞에 도착하자마자 발길이 멈췄다.
눈앞에 펼쳐진 풍경이, 말 그대로 '한 장의 그림'이었다.
매장에 들어가기 전, 바다 너머로 퍼지는 맑은 햇살과 잔잔한 바람이 인상적이었다.
그 풍경 앞에서 우리는 사진을 찍고, 말없이 한참을 머물렀다.
카페 내부는 절제된 구조미와 편안한 조도로 채워져 있었다.
우리는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인 ‘오란프레소’를 주문했다.
오렌지청, 에스프레소, 생크림이 층을 이루는 이 음료는
<나 혼자 산다>에 방영될 정도로 유명한 메뉴다.
한 모금 한 모금, 층마다 달라지는 맛을 따라 천천히 음미했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건,
아내가 그 풍경을 보며 꺼낸 다이어리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는 것.
말없이 펜을 움직이던 그녀의 손끝과
그 고요한 시간이 내겐 하나의 추억으로 고스란히 남았다.
카페 데스틸은 네덜란드 신조형주의(De Stijl) 미술사조에서 영감을 받아 설계되었다.
절제된 직선과 원색의 조화, 그리고 차귀도와 석양을 테마로 한 건축미가
공간 곳곳에 살아 있었다.
그 깊이 있는 감성 덕분에
제주건축문화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음료를 다 마신 뒤, 사장님께서 옥상으로 올라가도 된다고 하셨다.
그 말을 따라 계단을 오르자, 카페 앞 바다가 또 다른 시선으로 펼쳐졌다.
낮게 깔린 구름, 잔잔한 물빛,
그리고 고요한 바람.
그때의 내 마음처럼 평온한 풍경이었다.
조용히 정리되는 기분,
마음이 조금은 단단해지는 기분.
그저 마지막 날 한 번 들른 카페였지만,
우리는 그곳에서 조용한 위로를 받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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